Privacy는 <사적인 영역>이 <나 이외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침범 받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프라이버시를 한국어로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예로부터 한국 사회에는 <사적인 영역>이라는 개념이 없다시피했다. 사람이 태어나면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갖은 통제를 받고, 이웃의 어른들도 매우 사적인 일을 가지고도 한마디씩 하는 게 예사이다. 대표적인 게, 혼기를 조금 놓친 사람에게 "결혼 안해?"라고 한마디씩 던지는 일이다.
또한,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갖은 사적인 통제를 한다(복장, 태도, 자세 등등). 반대로, 미국의 공립학교에서는 학생의 개인적 문제에 대해서는 간섭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일례로, 학생이 수업시간에 껌을 씹는다고 해서 그것을 나무라는 미국 교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요즘 번역자들이 Privacy를 <개인 정보>라고 번역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전에 나와 있는 대로 "사생활"이라고 하면 번역이 맞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온당한 번역일까?
한국어 애용 차원에서 나온 Privacy의 번역어가 <개인 정보>이다.
예를 들어,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Privacy Policy>를 <개인정보취급방침>이라 칭하고 있다.
이것은 이미 어느 정도 '관용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이것을 일반적으로 사용해도 맞는 번역이 될까?
아래의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사례1) Our company respects individual privacy rights.
이것을 말 그대로 번역하면 "우리 회사는 개인의 '개인정보권'을 존중합니다"이다.
"개인정보권" 또는 "개인정보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애매모호하다. 예를 들어, 위에서 예로 든 '껌을 씹는 일'이 하나의 프라이버시라고 한다면, '개인정보권'으로는 설명이 되지를 않는다.
그러면 아래의 문장은 어떨까?
사례2) He intruded on her privacy.
'Privacy=개인정보'라는 등식을 가지고 이것을 번역하면 "그가 그녀의 개인정보를 방해했다"가 된다. 이것은 그야말로 "넌센스"이다. 본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사전적 정의에 따라 "사생활"이라고 하는 게 낫다.
이전 점들 때문에 Privacy는 음역 그대로 <프라이버시>라고 하는 게 적당하다.
오늘날의 번역자들이 <프라이버시>를 외면하는 것은, 다른 많은 용어들을 음역으로 남발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Privacy를 <프라이버시>라고 할 수 있다면 위에서 예를 든 두 개의 문장이 모두 해결된다.
<Privacy>라는 말이 한국에 전해진 때가 이미 오래 되었고, 일상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점을 생각하면 <프라이버시>라고 번역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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